데메테르 소개
대지의 여신, 대지를 지키고 곡물의 풍요로운 결실을 관장한다. 저승 세계의 왕비인 페르세포네의 어머니이다. 데메테르는 곡식의 여신이며 농업, 번식, 모성, 손실을 관장한다. 크로노스와 레아의 딸이며, 제우스의 누이이기도하다. 그녀는 제우스와의 사이에 페르세포네라는 딸을 두었다. 나중에 이 딸은 하데스의 아내가 되어 저승세계의 왕비가 된다. 곡식의 여신인 데메테르는 곡식 중에서도 밀의 경작과 수확이 그녀의 주된 소관이었다. 그녀는 미케네에서 ‘다마테(Da-ma-te)’로 불렸으며 그 뜻은 ‘대지의 어머니’다. 하지만 가이아와는 그 뜻이 다르다. 가이아가 모든 것의 근원으로서 어머니로 불렸다면, 데메테르는 밀이 자라는 평원의 어머니이고 땅의 생산력을 주관하는 여신이다. 데메테르가 밀의 파종과 수확을 주관한다면 곡물 창고를 가득 채워놓는 ‘풍요’는 데메테르의 아들 플루토스(Plutus)의 몫이다.
플루토스(Plutus)
데메테르는 카드모스와 하르모니아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티탄 신족인 이아시온과 서로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들은 세 번 갈아 일군 밭이랑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그 사실을 알고 화가 난 제우스는 이아시온에게 벼락을 내리쳐 죽였다. 이후 데메테르는 아이를 잉태했고, 아들을 출산했다. 그 아이가 바로 플루토스였다. 그는 성장하여 땅과 바다를 여행하는 친절한 신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기준에 따라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거나 가난하게 만들었다. 제우스는 상벌에 관계없이 부의 분배가 이루어지도록 플루토스의 눈을 멀게 했다. 악인이 부를 축적하고 선한 사람이 가난해진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플루토스는 시력을 다시 회복하여 공정하게 부를 재분배하였다. 이후 그는 ‘풍요’의 신으로 불리며 재물을 관장했다. 지하세계의 왕 하데스의 다른 이름인 ‘플루톤(Pluton)’은 플루토스(Plutus)에서 파생되었다. ‘밀의 풍요’를 뜻하는 플루토스가 망자들로 붐비는 저승에서 ‘객의 풍요’를 뜻하는 플루톤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것이다. 데메테르가 밀의 수확을 주관하고 플루토스가 풍요를 주관했다면, 밀이 파종되어 싹이 나기까지 땅속에 있는 동안은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가 주관했다. 밭에서 남녀가 사랑하는 행위는 사람처럼 대지를 풍요롭게 잉태시킨다는 농경사회의 소박한 믿음이 플루토스의 출생 신화를 탄생시켰다.
페르세포네(Persephone)
데메테르는 제우스와의 사랑을 나누고 딸을 하나 낳았다. ‘처녀’라는 뜻의 ‘코레(Core)’라고 불리는 이 딸은 요정들 사이에서 행복하게 자랐고, 제우스의 딸들과도 자주 어울렸다. 어느 날 그녀는 밀밭에서 꽃을 따고 있었다. 그녀가 수선화 한 송이를 따려고 허리를 굽히는 순간 갑자기 땅이 열렸다. 그 속에서 흑마가 이끄는 황금마차를 타고 저승세계의 왕 하데스가 나타났다. 그는 코레를 번쩍 안아 마차에 태운 뒤 저승세계로 돌아갔다. 데메테르는 딸의 비명소리를 듣고 현장에 왔지만 이미 그곳에는 아무런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데메테르는 곧 딸을 찾아 나섰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밤이 새도록 코레를 찾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며칠이 지나도록 딸을 찾지 못하자 데메테르는 거의 실성한 사람처럼 변했다. 그녀는 먹지도 않고, 잠들지도 않고, 쉬지도 않았다. 데메테르가 깊은 절망감에 사로잡혀 시름에 잠기자 세상의 모든 초목이 싹을 틔우지 않고 잎은 시들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열흘 째 되던 날 아침, 지하 세계에 사는 헤카테 여신이 슬픔에 잠긴 데메테르를 찾아왔다. 그녀는 비명소리를 듣고 납치 장면을 목격했지만,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헤카테와 데메테르는 항상 모든 것을 지켜보는 태양의 신 헬리오스를 찾아갔다. 데메테르의 하소연에 헬리오스는 모든 사실을 이야기 해 주었다. “코레를 납치한 범인은 하데스입니다. 그리고 이번 일에는 제우스도 관련이 있어요. 그가 하데스를 도왔습니다.” 데메테르는 분노했다. 그녀는 올림포스로 복귀하지 않고 딸을 돌려받을 때까지 자신의 역할을 멈추기로 작정했다. 데메테르는 평범한 노파로 변신한 후 엘레우시스로 갔다. 그곳에서 우물가에 있던 엘레우시스의 왕 켈레우스의 네 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데메테르는 자신의 이름이 도소이며, 크레타 섬에서 해적들에게 끌려왔다고 말했다. 해적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배에서 내리자 그 틈에 도망쳐왔다고 둘러댔다. 그녀는 가사를 돌보는 일자리가 있으면 취직하고 싶다고 했다. 네 자매는 마침 자신들의 어머니가 남동생을 낳아 보모가 필요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데메테르는 네 자매를 따라 왕궁으로 갔다. 켈레우스의 궁전에서 왕비 메타네이라와의 만남을 기다렸다. 왕비는 자신을 찾아온 방문객이 여신일지 모른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데메테르의 모습은 영락없이 깊은 슬픔에 빠져있는 한 명의 노파였다. 그 슬픔은 너무 깊어 보는 사람의 가슴까지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때 왕비의 시녀들이 코믹한 농담과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데메테르를 웃게 만들었고, 그제야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왕비는 붉은 포도주 한 잔을 권했다. 하지만 여신은 포도주 대신 박하 향을 넣은 보리차를 청했다. 그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끝에 데메테르가 왕비의 아들을 돌보는 보모가 되는 것에 합의했다. 아기의 이름은 데모폰(Demophon), 또는 트리프톨레모스(Triptolemos)라고 했다. 데메테르의 보살핌 속에 아기는 무럭무럭 자랐다. 여신은 가족들 모르게 아기에게 불로불사의 영약을 먹였고, 매일 밤 불속에 넣어 단련시켰다. 어느 날, 아이가 보고 싶었던 왕비 메타네이라는 한 밤중에 아이의 방에 들렀다. 공교롭게도 그때 데메테르는 아이를 불속에 넣어 단련시키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왕비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에 놀란 데메테르는 불 속에 그만 아이를 떨어트렸다. 이렇게 하여 아이를 불사의 몸으로 만들려던 데메테르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데메테르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정체를 밝혀야했다. 데메테르가 여신의 모습으로 돌아오자 온 몸에서 쏟아져 나온 빛이 집안을 가득 채웠다. “이 아이는 이제 불사의 몸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여신의 품에서 자랐기 때문에 앞으로 명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데메테르는 왕궁에 기거하면서 트리프톨레모스에게 세계를 돌아다니며 밀을 경작하는 법을 가르치는 영광스러운 사명을 안겨주었다. 이후 그는 날개달린 용이 끄는 전차를 타고 세계 곳곳을 다니며 밀의 씨를 뿌렸다. 데메테르는 엘레우시스에 자신을 기념하는 신전을 세우게 했다. 이것이 고대 그리스에서 크게 부흥했던 엘레우시스 비교(祕敎)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신전이 세워진 후에도 데메테르의 슬픔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들판은 황폐해졌고, 식물은 싹을 틔우지 못했다. 나무가 잎을 내거나 꽃을 피우지 못하자 자연히 열매도 달리지 않았다. 세상은 가뭄과 기근으로 대혼란이 벌어졌다. 제우스는 어떤 조치든 취해야했다. 그는 무지개 여신 이리스를 보내 데메테르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했다. 하지만 데메테르는 완강했다. 그녀는 엘레우시스 신전에 머물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지경이 되자 제우스는 코레를 돌려주는 방법 외에는 달리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우스는 하데스에게 헤르메스를 보내 코레를 돌려보내라고 요구했다. 하데스는 제우스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지만, 코레를 보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방법을 궁리했다. 헤르메스가 자신을 데리러 왔다는 소식에 코레는 기쁨에 들떴다. 그녀는 저승 세계로 납치된 후 줄곧 식음을 끊고 저항을 해왔었다. 하데스는 허기진 코레에게 작별 선물이라며 석류를 주었다. 허기와 갈증을 느낀 코레는 무심코 석류를 쪼개어 씨앗을 입에 넣었다. 그런데 저승에서 음식을 먹은 자는 영원히 저승 세계에 머물도록 운명 지어져 있었다. 그 사실을 몰랐던 코레는 결국 하데스의 꾀에 넘어가 저승을 떠날 수 없게 되었다. 저승 세계의 왕비가 된 코레는 이제 ‘가장 무서운 여인’이라는 뜻의 페르세포네(Persephone)로 불리게 되었다. 제우스는 데메테르와 하데스 사이에서 입장이 난처해졌다. 한번 정해진 운명은 신들의 왕인 자신도 함부로 바꿀 수 없었다. 고심 끝에 제우스는 1년 가운데 3분의 2는 지상에서 데메테르와 지내고, 3분의 1은 저승세계에서 하데스와 지내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데메테르와 하데스 역시 그 방법이 최선의 선택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결국 협상을 받아 들여야 했다. 이렇게 해서 페르세포네는 저승세계의 왕비로 살아가게 되었다. 페르세포네가 저승세계에 머무르는 동안 데메테르는 일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들판에는 곡식이 자라지 않았고, 가뭄에 초목은 말라 비틀어졌다. 하지만 페르세포네가 돌아오면 데메테르는 메마른 대지에 비를 뿌려 씨앗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틔우며 열매를 맺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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